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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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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다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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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제성장의 요인은 효율적인 경제제도다. 그것은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적 체계를 근간으로 한다. 재산권이 잘 보장된 국가일수록 잘 살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구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의 몰락, 북한의 처참한 생활상을 보면 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7세기는 서유럽에서 전쟁, 기근, 페스트가 휩쓸던 우울한 시대였다. 17세기 죽음의 사자들이 서유럽국가들을 강습했지만 결과는 상이했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는 사실상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1인당 소득이 계속 상승했던 반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인구가 줄고 1인당 소득도 감소하였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는 사유재산권의 확립과 보호에 주력하였다. 국제무역을 촉진하고 길드의 배타성과 독점을 줄이며 지역 길드가 제한조치를 이용해서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막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렇게 발전된 제도환경으로 거래와 상업이 번성하였으며 금융이 발전하였다.


그러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절대왕정이 정치지배 경쟁에 사로잡혀 경제효율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소유권제도를 창출하지 못하였다. 17세기말에 네덜란드와 영국이 선진국이 되었지만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은 후진국으로 전락하였다.


최근 이정우 대통령정책실장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유럽식 노사모델을 제시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자본가 또는 기업가의 사유재산을 제도적으로 침해하는 제도이다. 그러한 침해는 당연히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여 많은 간섭을 한다면 누가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 생산이나 판매에 참여하겠는가.


노사관계는 고용자와 노동자간의 계약이다. 그 계약이란 각자가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쌍방에 의해 형성된다. 전형적인 고용계약은 노동자가 임금을 포함한 어떤 보상체계를 받고 고용자에게 특정 노동서비스를 행하겠다는 약속이다. 노동자는 자기 자신의 노동서비스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노동서비스에 대해서는 권리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만일 고용자가 제시한 보상체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동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철회하면 그만이다. 근본적으로 노동자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일자리는 자금을 댄 자본가 또는 기업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자본가 또는 기업가가 일자리에 대해서 권리를 갖고, 그에 대한 경영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물론 권리를 갖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자본가나 기업가의 몫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게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된다.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자연히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경영권이 공유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윤극대화보다는 경영권을 공유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기업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자본가와 기업가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어 고통을 겪게 된다.


노동자의 경영참여 주장에는 ‘노동자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온정주의는 잘못된 것이다.


고용자가 하나여서 노동시장이 수요독점(monopsony)이라면 노동자는 약자일 수 있다. 그러나 고용자가 많아지게 되면 노동자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고용자와의 관계에서 결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지 않는다. 시장에는 많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많은 고용자가 존재한다. 만일 낮은 급료를 주고 열악한 근로 조건을 제시하여 노동자를 착취한다면 노동자는 다른 고용자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면 그 기업가는 일 잘하는 노동자를 잃어버림으로써 부를 잃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망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가 고용자에 비해 결코 약자일 수 없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거의 모든 노동시장에서 수요자 독점력이 제거된 오늘날에 더욱 그렇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자본주의를 근본에서 부인하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 독일과 같은 유럽국가들의 결과를 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가를.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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