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카드사 문제 해법 논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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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최근의 SK사건으로 시작되어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까지 확산되었던 카드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4·3 카드대책으로 카드사 증자와 카드사와 투신사에 대해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카드사 해법을 논함에 있어 카드사가 은행처럼 불특정 다수로부터 예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카드사를 퇴출하면 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다는 의견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의 빌미가 되었던 관치금융이 카드업계 관련 감독에서도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우량카드사의 퇴출은 원칙은 맞지만 실행가능성은 높지 않은 해법이다.
우선 카드사 자체적인 구조조정조차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는데도 국민카드 노조는 최근 조합원 87%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이다. 외환카드사도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은행과 노조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 문제가 생기게 된 여러 원인 중 카드사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것은 무책임한 카드발급, 저금리를 이용한 단기성 자금조달과 고위험 고수익형의 영업 방식, 신용관리 등 위험관리 시스템의 부재 등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다. 또한 이 수준까지 카드사를 어떻게 보면 방치한 감독시스템의 부재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국이 철저한 감독을 하기는커녕 뒷북치는 형식으로 따라가면서 감독을 뒤늦게 강화하다보니 오히려 화를 자초한 면도 있다. 또한 아직까지 금융사를 기업으로 보지 않고 기관으로 보고 보호위주의 감독정책을 핀 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조기에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일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다소 오름세를 보이나 경기를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서민과 중소기업,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의 카드사도 한몫을 했던 거품성 소비가 꺼지는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심리적 위축감도 상당히 작용해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상태로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신용불량자가 줄어들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제2금융권의 부실이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3월 들어 카드사의 연체액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이는 카드사들이 신용불량에 빠지기 직전의 현금서비스 고객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해 대환대출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이 총선을 향한 기싸움을 시작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의 14%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처리 문제가 다시 정치적으로 이슈화할 가능성이 크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해 빚을 진 사람들의 연체금(1억원 미만 기준)이 금년 2월말 현재 무려 44조 7200억원이나 된다. 이 정도면 정부가 카드관련 및 소비자금융관련 정책 결정시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무시하지 못할 규모이다. 관치 및 정치논리가 금융시장에 끼어들 만큼 충분한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정부는 여신금융협회 주관 아래 카드채권관리협의회가 자율규제 형식으로 카드이용을 점진적으로 제한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카드채전용사모펀드 운용과 더불어 정부로서는 이 안에 대해 현 상태에서 최선의 대안으로 여기는 듯 하다. 카드사의 문제가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듯이 해법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당연하며 한 가지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신용불량자의 등록기준 및 신용불량에 따른 사회적 페널티와 구제제도를 합리화해야 하며, 개인워크아웃제도의 대상기준을 완화하되 전체 신용사회의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역할도 직접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나 연체율 등 경영방침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보다는 금융회사가 자산건전성, 대손충당금 및 적립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방침, 관행 및 절차를 수립·준수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쳐야 한다. 부작용이 많은 직접규제보다는 신용분석을 통해 대출하고 부실관리를 잘 하는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며, 금융회사에 대해 다양한 자산운용이 가능하도록 환경개선에 역점이 두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