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국제유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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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근
국제원유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당국은 금년과 내년에 걸쳐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예측과 관련하여 미국 에너지정보처는 향후 국제유가가 국제원유시장에서의 어떠한 근소한 변화에도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예상은 "고가격하의 불안정한 에너지 시장"으로 집약되고 만다.
그렇다면 국제고유가의 핵심요인은 무엇인가. 세계 최대 에너지소비국인 미국에서의 계절별 에너지 수요 추이는 언제나 국제 에너지 가격의 단기적 추이를 결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해 왔고, 금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사실상 오늘의 국제고유가도 그것이 고공행진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초여름이었다.
미국경제의 "고율"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4월부터 9월에 이르는 소위 "드라이빙 시즌" 중 가솔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인데 비해 비축량은 충분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곧 가솔린의 가격폭등을 가져왔고 이것이 전반적인 고에너지 가격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금년의 경우도 지난해와 동일한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 당국은 금년 드라이빙 시즌 중의 가솔린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20% 정도 웃돌 것이며, 여름휴가가 본격화되는 5월 중 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문기관의 분석과 예상은 이미 국제원유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의 원유선물가격들은 전반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6월 인도분보다는 9월 인도분이, 9월 인도분보다는 12월 인도분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국제원유시장이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 불안요인은 수급상의 불안요인이며, 이는 다시 공급측의 불안요인인 것으로 집약된다. 다시 말해서 높은 고유가하에서도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는 별로 감소하지 않는데 비해 공급측에서는 추가적인 생산여력이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이 시장의 불안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극히 구조적인 것으로서 '73~'74년의 제1차 석유파동 직후와 '79~'80년의 제2차 석유파동 직후 고유가의 충격으로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그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은 과정을 다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그간의 9%대로부터 7%대로 둔화되는 경우 국제원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해의 3.4%로부터 금년의 2.6% 정도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면 공급측 사정은 어떠한가. OPEC회원국들은 그동안 고유가에 대응하여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OPEC산유국들은 지난 3월 이래 생산량을 거의 변동시키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향후의 일일석유생산량을 약 10만 배럴 정도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앞으로 예상되는 국제원유 수요증가를 공급이 원만히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오늘의 원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 불안요인에 더하여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유수송비와 이라크,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내 정치적 불안이 초래하는 높은 위험프레미엄 등이 추가적인 불안요인들로 계속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의 중장기 전망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의문의 하나는 "과연 현재의 국제유가는 얼마나 높은 것인가"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이 최근 미국내 가솔린 소매가격과 관련된 이슈이다. 즉 미국내 가솔린 소매가격은 최근 4주째 상승하여 갤론당 $2.35인데, 제2차 국제석유파동 직후인 1981년 3월의 가격을 그간의 물가상승률로 조정하여 현시가로 나타내면 $3.12에 해당된다는 것이 미국 에너지정보처의 분석이다.
제2차 국제석유파동 당시의 최고유가인 배럴당 36달러는 그간의 달러가치 하락을 감안할 때 현시가로 약 80달러에 해당된다는 분석도 제시된바 있다.
이에 더하여, 최근 미국석유기구(API)의 분석에 의하면 1982~84년과 2004년간에 나타난 가솔린 가격 상승률은 45%인데 비해 예컨대, 맥주가격은 72%, 항공운송료는 128%, 치과치료비는 202%, 대학등록금은 328%, 엽연초는 372%나 각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큰 대조를 이룬다. 에너지의 상대가격이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음을 알 수 있고 이는 다시 향후 에너지 가격의 향방에 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결국 국제원유가격은 여러 잡다한 요인들로 인해 계속적인 일일 상하운동을 계속할 것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고한 상향추세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갈 것임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박진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pck@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