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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여성의 일과 소득은 가정경제에 도움이 안된다?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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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경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혼여성의 참여율의 증가는 2인 소득 가구(dual earner family) 비율을 높이고 있다. 맞벌이에 대한 희망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혼인상태에 관계없이 여성의 약 80% 내외가 맞벌이를 희망하였고, 기혼남성 66%, 미혼남성 81.1%가 맞벌이에 찬성하고 있다 (통계청,「한국의 사회지표」, 1999). 전체 여성 8.5%, 전체 남성 11.6%만이 여성이 가정에만 전념할 것을 바랐으며 가족주기별로 자녀보육의 책임이 큰 30-39세 집단의 여성 중에서도 ‘가정에만 전념’하겠다고 희망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한 반면, 25.8%의 응답자는 ‘가정과 관계없이’ 취업하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전업주부, 남성=생계담당자’라는 부부역할관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음이다.


기혼여성 경제활동참여의 배경에는 가구경제 변화의 영향이 크다. 가계소비구조에서 주택가격의 상승, 교육비의 증대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가계의 실질 생계비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소비구조의 추이에서 소비지출구성상의 변화가 크게 보여지고 있다. 의식주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반면, 교육비나 교통통신비, 교양오락비가 증가하는 등 소비구조가 고도화하고 있었으며 특히 자녀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교육비 구조는 곧바로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의미하며, 이는 소자녀관의 형성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한국의 도시가계구조는 생활기대치가 상승하여 그에 상응하는 상대적 소득을 원함으로써 남성 1인의 경제활동에 의한 부양보다는 배우자의 참여를 통한 2인 소득 가구 추세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2인 소득 가구는 전국적으로 1990년 27.4%, 1995년 33.4%, 2000년 39.5%로 증가하였다 (통계청,「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 각년도; 2000년의 통계는 한국여성개발원(2002)의「제4차 여성취업실태조사」결과이다). 이처럼 맞벌이 가구의 증가는 실제 생계비의 증대에 따라 여성의 소득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짐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에서 배우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24%로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높다. 지난 20년간 근로소득에서 주소득원이었던 남성가구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적으로 1977년의 91.6%에서 1995년의 80.4%로 일관되게 감소하였으며, 대신 배우자의 소득은 10.6%로 늘어나 그 기여분이 증가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김승권 외, 2000). 특히 ‘97년 IMF 외환위기의 경험은 ’(남성)평생직장‘이라는 신화를 깨트렸으며, 이와 함께 남성생계부양자가 평생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해야 한다’는 가족의 규범을 약하게 하였다.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요구에 따라 가족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최근 근로자의 임금증가율은 5% 수준으로 한자리수의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는 이를 상회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식, 내구재소비, 여가문화와 관련된 가계소비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주5일 근무제와 같은 근로시간 단축의 확산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아 이와 관련한 가계지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의 질은 1인당 GDP와 밀접하다. 우리나라의 총 GDP는 2001년 기준으로 세계 13위이나 1인당 GDP는 39위로서 홍콩, 대만, 싱가폴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세계일류기술 소지율과 중도국들의 임금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임금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향후 임금상승폭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더욱이 근로시간 단축 등은 가계소득의 순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1가족 2인 취업’은 증가할 것이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성의 취업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렇게 가족경제의 현실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증가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고 신자유주의 이후 여성의 노동력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2인 소득가구가 늘어나고 남성의 완전한 생계부양자 역할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여성의 사적영역의 책임은 크게 변화하지 않고 가정 밖에서 여성의 일은 여전히 차적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임금수준 및 비정규직 분포와 가정·직장양립의 어려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남성임금에 대한 여성임금의 비율은 1985년 46.7에 비해 2002년 62.8로 여전히 임금의 격차가 크다(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보고서」, 2003).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의하면, 2001년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 근로자 구성비는 44.3%(585만명)이고, 나머지 26.7%(353만명)는 법적으로는 정규직이나 기업내 신분이 비정규직인 명목 비정규직, 그리고 29.0%(382만명)는 비정규직이었다. 여성근로자 중에서 정규근로자는 29.1%에 불과했다. 나머지 33.5%는 명목 비정규직근로자, 37.4%는 비정규근로자였다. 즉 여성근로자는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비정규직과 명목 비정규직을 합치면 전체 여성 근로자의 70.9%가 비정규직이었다. 임금의 경우, 2001년 전체 근로자 중 정규직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1,247천원이었다. 정규직근로자의 임금수준은 1,694천원, 명목 비정규직은 915천원, 비정규직은 869천원이었다. 즉 명목 비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비슷한 데 비해서, 정규직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이들 두 집단보다 훨씬 높았다. 이를 성별로 구분해서 보면 남성근로자의 임금수준은 1,499천원, 여성은 874천원이었다.


여성이 가정 밖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난 10여년 사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가족의 반대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여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때 가사일이나 자녀양육과 관련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 가사책임은 여성에게 전담되어 있는 현실이다. 직장에서 돌아온 여성은 집에 돌아와서 가사일도 떠맡아야 하며 자녀양육의 주된 책임자가 되고 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종사하며 가계소득에 기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 생계부양자라는 관념에서 형성된 가사와 양육 분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가족경제에 중요한 기여자임은 여성의 경제행위를 인정하고 가사와 육아를 가정과 직장에서 남녀가 함께 분담해야 할 필요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장혜경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hkchang@kw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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