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공공부문의 크기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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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크기에 대하여 한차례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크냐 아니면 작으냐에 대한 것이었다. 공기업이나 산하단체를 포함하느냐의 여부 그리고 공기업 중에서도 시장성이 큰 경우는 공공부문에서 제외하여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크기 논쟁은 자칫 문제의 핵심을 가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의 상대적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공공부문의 크기가 작은 경우라도 공공부문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부정적이라면 이를 줄여야 하는 것이며 그 반대도 성립한다. 결국 공공부문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그 크기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때 경제발전론에서는 ‘와그너의 법칙’이란 것이 있었다. 독일의 경제학자 와그너(Wagner)는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정부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오히려 시장의 역할이 줄어들어 경제가 발전하지 않게 된다. 사회주의 경제는 정부규모가 엄청나게 컸지만 경제의 효율을 크게 낮추어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게 되었다. 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에 비하여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이 큰 이유에 대해서도 어떤 경제학자들은 동아시아 국가의 정부가 경제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자들은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은 비교적 자유로운 시장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역할이 시장의 역할을 반드시 방해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의 역할이 시장의 역할을 잘 보완하고 그 작동을 도와주게 된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신제도경제학에서는 정부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느냐가 보다 의미있는 질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사유재산권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으며 경제적 계약이 준수될 수 있도록 법집행이 잘 이루어질 때 시장의 역할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 범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으나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 정부가 개입하여야 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과점문제가 발생한다든지, 국방·치안·행정서비스와 같은 공공재를 공급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의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문제 등에는 정부가 개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역할은 명분이고 사실은 정부 자체도 커다란 이권단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재량권과 권한이 커지는 것을 좋아하며 예산과 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크기를 키우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생겨난 조직은 자생력이 있어서 나중에 없애려고 해도 이를 폐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겨난 조직은 자신의 일거리를 만들며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경제개발기에 생겨난 많은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관련된 공기업이 이제는 그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거리를 만들고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른바 공공부문이 철밥통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민간기업이 엄정한 시장의 힘과 경쟁원리에 의하여 수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산하단체는 법과 규제의 보호 아래 그리고 공익성이라는 명목을 달고 그 조직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크기를 줄이느냐, 키우느냐의 문제는 국가간 비교로 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의 발전정도와 시장에 미치는 정부의 역할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결정하여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제한하지 않으면 정부가 국민을 제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