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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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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성장과 분배, 무엇이 먼저인가?

08.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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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헌

2007년 정해년의 새해를 맞은 우리 경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굵직한 것들만 살펴보더라도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과 내수경기 침체 등이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FTA 체결과 북핵사태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중차대한 사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2007년에는 이 모든 불확실성들이 확대 재생산될 대통령선거가 있기도 한 해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총체적 혼란스러움의 근저에 사회 구성원간의 공감대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공감대 부재현상은 경제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존재한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하는 시각 차이는 참여정부 들어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이제 형평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성장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과 분배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 모양새를 띠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이 둘의 관계가 단순한 선형적 관계라기보다는 소득수준에 따라 그 관계가 비선형적으로 달라진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 한 예로 쿠즈네츠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은 소득의 불균형이 심화되다가 경제가 안정되고 성숙되어 갈수록 소득의 불균형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성장정책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한 반면, 때 이른 분배정책은 자칫 잘못하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한 때 소위 우리나라보다 잘 나가던 중남미 여러 나라가 잘못된 배분과 균형위주의 정책 탓으로 80, 90년대에 겪었던 경제적 혼란은 형평성(Equity) 중심의 정책이 효율성(Efficiency)을 구축한 결과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고려없이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나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여 분배와 형평성 위주의 정책을 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노동시장에서의 비정규직 정책이나, 대기업을 경제주체가 아닌 특권집단으로 생각하여 대기업의 경제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기업규제 정책들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결국 요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이러한 정부가 내세웠던 일련의 형평성 위주의 정책과 규제에 부분적으로나마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 경제는 단기간 내에 예전의 성장속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뿐,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예전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2006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겨우 5%대에 미쳤으며 올해에는 4%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심지어 IMF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1세기 중반에 가서는 2%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 경제가 이토록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잠재생산량은 자본과 노동력이 창조적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결합되었을 때 한 경제가 생산해 낼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최대 총량을 의미한다. 잠재생산량의 정의를 잘 들여다보면 왜 우리나라의 경제가 요즘 멈칫거리고 있는지 그 이유가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로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구조를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미국, 일본 등이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일 때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형평성 위주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극도로 경직되어 있어서 고용주의 합리적인 선택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둘째로 자본투자나 과감한 기술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투명해진 국내외 전망 탓도 있겠지만, 정부의 과도한 기업규제도 원활한 투자에 무시할 수 없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경제자유네트워크(EFN)가 한국시장규제를 세계 130개국 가운데 76위로 평가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더라도 정부의 시장규제가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이 기업가정신의 위축과 상호작용하며 악순환되고 있고 이는 곧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부진의 원인은 결국 분배와 형평성에 치중하는 정부의 정책편성에 기인하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위축된 기업가정신 두 가지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는 각종 불필요한 규제의 해소에 있다. 다행히도 2006년의 어려웠던 경험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경제성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다시 형성되는데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이제 2007년 새해는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경제도약의 밑거름을 삼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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