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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지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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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기업의 역할과 본질

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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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통상적으로 경제활동 주체로 소비자·기업·정부 그리고 외국을 꼽는다. 소비자는 경제활동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동시에 노동·자금·원료 등 생산요소를 제공한다. 기업은 가계나 여타 경제주체들이 제공한 생산요소를 이용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공급한다. 정부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도 하고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직접적인 경제활동보다는 시장에서 거래의 질서와 룰을 확립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거래자를 처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소비자나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경제를 운용하는 역할도 한다. 외국도 수출입의 주체가 되는 또 하나의 경제주체이다.

이들 경제주체 가운데 기업은 시장에 물건을 공급하는 주체이다. 만일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그 물건을 살 수가 없다. 그럴 경우 소비자는 시장에서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을 살 때에 비해서 훨씬 자기가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이 제한될 것이다. 예컨대, 어느 소비자나 가계가 스스로 논과 밭에서 가꾼 쌀과 채소를 먹고, 길쌈을 하여 짠 삼베로 옷을 지어 입고, 자신이 산에서 베어 온 통나무로 오두막을 짓고 살아간다고 하자. 이렇게 자급자족을 할 경우 이 사람은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일생에 다른 것들을 누리면서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생산한 물건을 교환하거나 거래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살 수 있다. 이렇게 기업은 분업이나 협업을 통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보다 많이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인류의 탁월한 발명품이다.

그런데 경제학 교과서는 기업을 물리적으로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는 공장처럼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을 생산요소를 결합하는 기술을 가진 어떤 물리적인 공간이나 설비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현실의 기업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기업을 만든 이유는 기업이 없는 경우에 비해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슈퍼마켓에서 과일, 채소 등 각종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만일 이 생활용품들을 직접 구입하려 한다면 소비자는 그 생산자가 누구이며 그 물건들을 만드는 곳이 어딘지에 대해서 일일이 수소문하여 찾아, 걸어서든 차를 타고든 그 곳까지 가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슈퍼마켓에서 사기 때문에 교통비나, 시간이나, 정보를 수집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거래비용을 절약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는 것이 거래비용이 작으면 시장에서 사고, 장기계약이나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거래비용이 작으면 시장거래보다는 내부에서 해결한다. 이 때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이익이 될 경우 내부에서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실체가 바로 기업이다.

아울러 기업이 가진 특성은 마치 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법에서는 기업을 법인이라고 한다. 법인이라는 말은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으로 보고 규율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사람처럼 이름을 가지고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면서 활동한다. 또한 기업은 창립되어 성장하고 언젠가는 사라져 간다. 사라지는 이유는 그 기업이 더 이상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기업들이 이름을 날리다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대우·국제와 같은 대기업도 있다.

그런데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이 대부분 1에도 못 미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기업들이 장사를 해서 남긴 이윤으로 꾸어온 돈의 이자를 갚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므로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부연하면 기업은 소비자에게는 높은 품질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투자에 상응하는 이익을 돌려주며, 채권자에게는 이자를 지불한다. 또한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정부에는 세금을 내며 원료나 중간재 공급자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업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을 사회적으로 부패, 정경유착 그리고 특혜를 위한 검은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여 있다. 그러나 기업이 우리의 삶에서 제공하는 이익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우리가 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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