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l    KERI 컬럼

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실업률 5.0%, 고용회복의 신호가 될 것인가?

  • 2010년 2월 25일
  • 4분 분량

2010년 1월의 고용동향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실업자 수가 2000년 2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20만 명을 넘어섰고 실업률이 5.0%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은 취업자 수가 2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미미하긴 하지만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지는 한편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실업률 5.0%’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고,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더욱 살려 나가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번 고용동향에서 실업자가 급증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2010년 1월 실업자는 총 121만6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6만8천 명이나 증가하였으며 실업률은 2001년 3월 5.1% 이후 최고치인 5.0%를 기록했다. 물론 실업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고용사정이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실업자 증가가 가지는 의미가 경기변동 과정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실업자 증가폭이 확대되어 실업자가 급증하지만 일정 기간 이후에는 실업자 증가폭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는 것에 기인한다. 한편 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다시 회복할 조짐을 보이게 되면 서서히 구직활동이 증가한다. 그러나 구직활동 증가에 비해 노동수요의 회복이 미진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노동을 공급하는 사람은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노동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실업자가 늘고 실업률이 크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고용 여건 회복을 기대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고용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우선 지난 1년 간 미미한 증가세 혹은 감소세를 보이던 경제활동인구가 2010년 1월 37만3천 명 증가하였고, 특히 경제활동인구 증가의 대부분이 실업자의 증가로 나타났다. 즉 현재 노동시장의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구직활동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고용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경제활동인구의 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1년 전인 2009년 1월에 무려 50만6천 명 증가했던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 1월에는 14만9천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실업자와 유사한 상태에 처해 있는 실질적 실업자 중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점이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 23만1천 명이나 감소한 점 역시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경기회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고용회복이 곧 올 것인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우리나라 고용회복의 형태를 살펴보면 현재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2003년 중반 급증하던 실업자는 잠시 증가세가 완화되었다가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2003년 말 다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03년 11월과 12월에는 경제활동인구가 각각 19만9천 명, 19만8천 명 증가하였는데 그 중 16만3천 명 및 15만4천 명이 실업자의 증가로 나타났다. 한편 2003년 시작과 더불어 평균 37만 명씩 증가하던 비경제활동인구도 2003년 11월, 12월에는 18만 명 증가에 머물렀다. 비록 규모 측면에 있어 현재 고용사정과 약간 차이가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 동안 실물경제의 추락이 신용카드 대란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동시장의 변화 추세는 현재와 상당히 유사하다. 2003년 말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실업자가 급증했지만 곧 이어 노동수요 역시 크게 회복하여 2004년 상반기 동안 취업자는 평균 45만7천 명이나 증가하였다. 특히 같은 기간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단지 1만4천 명 증가하는 데 그쳐 고용 증가의 대부분이 민간부문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실업자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되고 실업률도 크게 감소하였다.


종합해 보면 노동수요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특히 특성상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민간부문의 노동수요 회복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민간부문의 노동수요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월 총 취업자는 2,286만5천 명으로 전년동월대비 약 5천 명 증가했다. 1년 전 2009년 1월에 10만 명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되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올 겨울 한파로 인해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농림어업이나 건설업을 제외한 일부 산업에서 고용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 취업자 수가 1만5천 명 증가에 그친 상황에서도 총 취업자 수가 증가하였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이제 민간부문의 고용사정이 점차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가 2만9천 명 증가하여 2004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여기에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 서비스업 일자리도 19만7천 개 증가하여 2005~2008년 평균 증가폭 32만4천 명의 60% 수준에 근접하였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신호이다. 따라서 이제 민간부문 일자리가 더 이상 급감하지 않고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2009년 1월 취업자 감소가 워낙 컸으며, 이로 인한 기저효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년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만으로 민간부문 노동수요가 가시적 회복단계에 있다고 단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총 취업자 수가 2년 전 2008년 1월에 비해 여전히 9만9천 명이나 적다는 것이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12월 행정인턴 및 희망근로사업의 종결과 함께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가 크게 위축되었을 때 전체 고용이 1만6천 명 감소한 점도 아직 민간부문의 고용회복세가 견실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언제라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력은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결과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이제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막 급감세를 벗어난 민간부문 노동수요를 본격적인 회복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론 정부 주도하에 생긴 일자리가 고용사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는 재정적 지원이 중단되면 언제라도 사라질 것이며,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2010년에는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재취업시장의 효율적 운영, 교육 및 직업훈련 강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개발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노동시장의 제도적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질 경우 ‘실업률 5.0%’라는 현재 상황이 고용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conbyun@keri.or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