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계 개편의 의의와 과제
- 2011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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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기획재정부는 1976년 이후 35년 만에 역사적이고도 전면적인 ‘재정통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35년 전의 개편작업은 1974년 IMF 재정통계지침에 따라 각종 기금들을 재정범위에 포함하고 세출입거래들을 경상거래, 자본거래, 보전거래로 구분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 이후 IMF 재정통계지침은 1986년에 이어 2001년에 전면 개정되었는데, 이번 재정통계 개편작업의 준거가 된 2001년 지침은 재정범위를 제도단위로 규정함과 동시에 제반 거래들을 발생주의로 계리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정부는 발생주의 도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재정범위를 제도단위로 변경하는 데에는 별다른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1) 그런데 이번 개편에서는 공공부문을 일반정부와 공기업으로 양분하여 제도단위를 기준으로 재정범위(또는 일반정부)를 파악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에는 1개의 일반회계, 18개의 특별회계, 64개의 기금, 282개의 공공기관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은 펀드단위인데, 이들은 모두 ‘국가’라는 단일의 법인격에 포함되는 중앙정부 행정조직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들은 각각 법인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두 282개의 법인으로 구성된다. 이들 법인은 ‘제도단위’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재정통계 개편작업은 ‘국가’와 282개의 법인들을 정책사업에 주로 종사하는 일반정부와 시장사업에 주로 종사하는 공기업으로 구분하는 것이었다.
정책사업 위주 일반정부와 시장사업 위주 공기업으로 구분
정책사업이든 시장사업이든 모든 사업은 일정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여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생산원가가 소요되고 일정한 매출수입이 나타난다. 생산원가를 매출수입으로 보전하는 비율을 원가보상률이라 하는데, 순수한 정책사업에서는 원가보상률이 0%겠지만 순수한 시장사업에서는 100%가 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업들은 원가보상률이 100%보다 낮게 다양한 값으로 계산된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원가는 그 이용자가 지급하는 가격과 납세자가 부담하는 조세로 보전되는데, 시장사업에서는 가격의 비중이 높아 원가보상률이 높고 정책사업에서는 조세의 비중이 높아 원가보상률이 낮을 것이다.
국제적인 통계지침들은 정책사업과 시장사업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가격(economically significant price)’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판단하는 데에는 원가보상률과 같은 정량적 요소 외에도 당해 제도단위의 책임성과 자주성(autonomy), 예산제약의 엄격성 등 정성적 요소들이 감안되어야 한다. OECD, EU 등 선진국들은 대체적으로 원가보상률 50%를 정량적 기준으로 채택함과 동시에 당해 제도단위의 운영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책사업과 시장사업을 판별하고 있다.2)
정부의 이번 개편작업은 재정범위에 포함되는 제도단위를 구분함에 있어 원가보상률 50%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추가적으로 특수기준을 감안하고 있다. 특수기준으로는 사회보장기구, 구조조정기구, 정부가 유일한 고객인 기구, R&D를 수행하는 기구,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연금 등을 제시하였다. 원가보상률과 특수기준을 적용한 결과 재정범위에 포함되는 일반정부는 1개의 일반회계, 15개의 특별회계, 60개의 기금, 145개의 공공기관으로 파악하였다. 그 나머지인 3개의 특별회계(우편사업ㆍ우체국예금ㆍ우체국보험), 4개의 기금(사학연금ㆍ사학진흥ㆍ국민체육진흥ㆍ주택금융신용보증), 137개의 공공기관은 모두 공기업에 해당된다.
정치중립적 재정통계 개편 노력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이러한 개편작업은 재정통계뿐만 아니라 재정운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업에 대한 실질적 의사결정자를 기준으로 재정범위를 파악함으로써 정부조직과 예산회계의 법적 형식과 무관하게 재정통계는 실질적 정부기능을 망라하여 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국민경제가 발전할수록 재정활동은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수행되는데, 이번에 채택된 제도단위 기준은 진정한 재정활동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편작업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안들을 추가로 해결해야 한다.
첫째, 공기업과 일반정부를 구분하는 정량적 기준인 원가보상률의 개념을 좀 더 개선하고 개별 기관의 거버넌스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원가보상률 계산에서 사용된 매출수입에 대해서는 그것이 진정한 시장수입을 반영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당해 기관의 의사결정구조, 사업구조, 위험부담, 예산제약의 엄격성 등 정성적 기준들을 더 많이 감안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공기업으로 분류된 기관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수행하는 정책적 사업과 활동, 즉 준재정활동(Quasi-Fiscal Activities)을 재정통계에 반영하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법률로 보증하는 공기업의 채권(「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한 특수채) 잔액이 2009년 말 현재 459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의 중요성을 엄중하게 보여주고 있다.
셋째, 정부와 민간 사이에 장기계약으로 체결되는 민관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s)에 대해 주의가 요망된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를 우발채무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부담하는 위험의 내용과 수준에 따라 금융리스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민간투자사업 시행실적이 2010년 말 현재 1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들 외에도 이번 개편작업은 연금충당금, 사회보장제도가 보유하는 국채, 공공부문 구조개선, 재정운용 방식 등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향후 이들에 대해 더 많은 분석과 연구가 이루어지며 정치중립적인 개선 노력이 이어질 때 이번 개편작업의 역사적 의미는 더욱더 빛날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 dsoc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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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정통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에 대해서는 옥동석,『한국의 정부부채, 왜 논란이 거듭되는가?: 펀드단위
vs 제도단위』,『한국경제포럼』 제3권 제3호, 한국경제학회, 2010 참조.
2) EU 내에서 특정 기관의 구체적 판별 사례에 대해서는 옥동석,『재정지표와 재정범위 그리고 중앙은행』,
한국조세연구원, 2009 참조.